최윤경 변호사 ”준강간, 중대한 성범죄…강간에 준하는 처벌에 보안처분까지 부과할 수 있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여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준강간해 온 70대 A씨가 징역 12년에 처해졌다.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간 충남 지역에서 20~40대 여성 신도 5명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당시 A씨는 피해자들에게 “나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며 학업을 중단하도록 종용하여 학교를 중퇴하도록 했고 사회, 주변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켰다.
피해자들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려 들면 그들의 신앙을 의심하며 몰아세우는 방식으로 종교적 권위와 신뢰를 악용해 신도들을 유린했다. 결국 A씨는 상습준강간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처럼 피해자가 심리적 지배를 당하고 있거나 술이나 약물에 취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을 때 이를 이용해 간음하면 준강간이 성립한다.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이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강간 못지 않은 중범죄로 인식되며 형법 또한 준강간을 강간에 준하여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준강간의 요건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심신상실이란 만취, 장애 등으로 인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거나 변별력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사유로 인해 심리적, 물리적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준강간의 성립요건은 갈수록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재판부가 이러한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말고 개별 사정을 보다 세세히 파악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는 사례가 ‘블랙아웃’을 심신상실로 인정한 준강제추행 사건이다. 준강제추행은 준강간처럼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을 이용해 저지르는 성범죄이며 블랙아웃은 음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억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재판부는 블랙아웃은 행위 당시의 의사결정능력이 없었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의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완벽하게 의식을 잃지 않았다 하더라도 블랙아웃에 빠져 범행에 저항할 능력이 저하된 상황이라면 이를 심신상실로 볼 수 있다고 준강제추행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유앤파트너스 최윤경 검사출신변호사는 “구성요건이 유사한 준강제추행과 준강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준강간 사건에서도 이러한 재판부의 태도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준강간이 인정되면 강도 높은 형사처벌은 물론 각종 보안처분까지 피할 수 없으므로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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