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면 무조건 사기방조? 처벌 여부 가르는 기준 알아야
평범한 일반인이 수거책, 전달책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는 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핵심 수뇌부가 검거될 위험성을 줄이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국내에서 ‘아르바이트’ 등의 명목으로 단순 가담자를 모집하여 범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사법당국은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만큼,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은 가담자라 하더라도 사기 방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아무리 보이스피싱 사기 과정에 전달책으로 관여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를 사기 방조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끈다. 구체적인 행위 태양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사기 방조 혐의를 인정해 왔던 흐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A씨는 ‘채권 회수’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해 채권 추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총 8회에 걸쳐 1억 9,600만원을 받아 신원 불명의 다수 계좌로 송금하는 업무를 처리했으며 그 대가로 5일 동안 31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지원한 그 회사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법무사 사무소의 명의를 사칭해 개설한 것이었고 A씨가 했던 행위는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돈을 범죄 조직의 계좌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결국 사기 방조 혐의로 법정에 선 A씨에게 1심 재판부는”제3자 명의의 다수 계좌로 돈을 분산해 보내라는 지시는 정상적인 채권추심 업무라 볼 수 없다”며 A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른 사기 방조 재판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진행되었던 A씨의 재판은 2심에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2심 재판부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자신의 신분증과 주민등록증을 아무런 의심 없이 제공한 점에 주목했다.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일당이 아니라 실제 법무사 사무실로 오해했을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A씨는 범행 장소로 이동하던 중 자신이 탑승한 택시 기사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감없이 알려주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위도 범죄자의 태도와 거리가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또한 이러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A씨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유앤파트너스 신승희 부장검사출신 변호사는 “최근에는 이처럼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그 정황을 꼼꼼하게 살펴 실제로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다만, 단순히 처벌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을 경우에는 오히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사기 방조 외에도 법죄수익법 위반 등 여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사 링크 : http://cnews.thepowernews.co.kr/view.php?ud=2021060814463352966cf2d78c68_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