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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 어디까지 허용되나... ‘박근혜 마약’ 발언으로 본 명예훼손죄 요건

2021-06-02

 

 


▲유재광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사는 법(法)', 오늘(25일)은 공적인물과 명예훼손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판결 가져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네, 대선이 1년여 남지 않았는데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대표를 새로 뽑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큰 선거가 다가올수록 후보와 캠프원들에 대해서 의혹제기가 많아지고 수위도 점점 세지기 마련인데요.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국면이 형성된다 싶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 고소하는 방법들입니다. 실제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국면을 전환하는 데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공적인물에 대한 의혹제기로 인해서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지, 그 기준에 대해서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잘 아시는 사안인데요. 박모씨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이었고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 '4·16연대'라고 부르는데 상임운영위원이었습니다. 이분이 2015년 6월 22일에 20여개 언론사 기자와 시민들을 상대로 해서 기자회견을 하게 됩니다.

당시 4·16연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이 된 부분에 대해서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문제의 발언이 나오게 되는데요.

그 취지를 줄여서 말씀드리면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혹시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 아니면 피부미용이나 성형수술 등을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었던 거 아니냐" 이런 의혹들을 제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2014년 4월 16일 당일날 마약을 했거나 피부미용, 보톡스 주사를 직무수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일 수 있어서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했다, 이런 혐의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 사안입니다.

▲앵커=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이슈가 됐던 사건이고, 대법원 판결까지 6년이나 걸렸는데, 핵심 쟁점이 어떤 거였나요.

▲강천규 변호사=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쟁점이 있는데요. 먼저 박씨가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따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가 됐기 때문에 박씨의 발언 자체가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표명'을 한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됐고요.

두 번째로는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발언으로 인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이것이 쟁점이 됐고, 마지막으로 공적 인물이나 정부 또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발언을 했을 때 이것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느냐, 이 부분이 쟁점이 됐습니다.

▲앵커= 세 가지 핵심 쟁점 가운데 먼저 박씨의 발언을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허위의 사실 적시로 봐야 하나, 법원 판결 경향은 어떤가요.

▲강천규 변호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말씀드린 대로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애매하게 보이는 것이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단정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명예훼손이 되는데 언론보도나 소문이나 제3자의 발언 등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추측의 형태로 표현을 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는데요.

이 경우에도 표현 전체의 취지를 봤을 때 '어떤 사실이 존재할 것이다' 이것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를 '암시에 의한 사실적시'라고 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공적인 인물에 대한 의혹제기, 이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 대법원은 공적인물에 대한 의혹제기 형태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것과는 다르게 판단을 해야 한다, 이렇게 판단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등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런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밝혀야 할 일이지 형사고소나 명예훼손 고소로 밝힐 것은 아니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좀 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통한 의혹 제기, 이른바 말씀하신 대로 이른바 '공론장'에서 문제 제기를 한 건데, 거꾸로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더 세게 처벌받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떤가요.

▲강천규 변호사= 말씀하신 대로 기자회견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하게 되면 발언의 전파력이나 파급력이 훨씬 더 크게 되죠.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더 무겁게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발언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되는지 여부를 따질 때는 발언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인지 사적인 인물인지, 아니면 그 발언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관한 것인지,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를 하는 것인지 이것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요.

문제 된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개인의 인격권이나 명예의 보호가 우선돼야 할 것이고요. 공적인,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할 것이고, 그만큼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는 범위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앵커= 상당히 복합적인데, 이 사안으로 다시 돌아오면 대법원은 박씨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서 그래서 어떻게 판결했나요.

▲강천규 변호사=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요. 우리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발언으로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 그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떨어질 수는 있죠.

그렇지만 발언이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상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해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1. 3. 25.선고 2016도14995 판결)

사실 이 사안에 들어가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마약을 한 것 아니냐', '보톡스를 한 것 아니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이런 표현 자체가 상당히 악의적인 표현이 아닌가, 이것이 사실 쟁점이 됐고요. 실제 1심과 2심에서는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해서 명예훼손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씨가 밝히고자 했던 사실관계는 대통령이 마약을 했는지 보톡스를 했는지 이게 궁금한 게 아니고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국정을 수행했는지 이 부분이 궁금했던 것이기 때문에 공익 관련성이 컸다고 봤고요.

그 다음에 마약과 보톡스를 비롯한 다양한 의혹이 이 발언 이전에 이미 세간에 많이 퍼져 있어서 이 발언으로 인해서 새롭게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고요.

또 한 가지는 마약이나 보톡스라는 표현 자체가 심해보이기는 하는데 '이 정도로 안 좋은 의혹까지 나올 정도이니까 당시의 행적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 달라' 이런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서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 오늘 내용 정리해 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서 명예훼손죄의 성립범위를 되도록 좁히고자 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오늘 살펴보신 사안 외에도 공적 인물에 대해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에도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정부나 국가기관 자체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 해당 정책결정과 업무수행에 관여된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냐 했을 때 그 개인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묻기가 어렵다, 이렇게 엄격하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언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 너무나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심하게 경솔한 공격이라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의견을 개진할 때에도 표현의 내용이나 방식, 표현 정도 등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고요.

특히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텐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의견표명은 자유롭고 다양하게 하시되 명예훼손죄로 서로 고소하고 고발당하는 이런 일들은 되도록 적게 발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정치인이든 네티즌이든 마타도어나 아니면 말고식 발언은 서로 자제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출처 :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3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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