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고리사채, 안 갚아도 됩니다”... 이자제한법 초과 금액, 반환·형사처벌 가능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서민들의 삶이 너무나 팍팍해졌습니다.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해결하고 생계까지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요.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자금을 유통하기 위해서 높은 금리의 사채를 쓰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급하다고 높은 금리의 사채를 함부로 사용하시다가 고리의 이자가 발목을 잡아서 악순환에 빠지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늘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자제한법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안을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내용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김모씨는 사업을 하던 중 자금유통이 잘 되지 않아서 부도 위기에 빠지게 됐습니다. 제1, 2 금융권을 통해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급한 마음에 사채를 알아보던 중에 등록 대부업자인 박모씨의 소개로 2015년 12월 31일에 사채업자 이모씨로부터 2억원을 빌리게 됩니다.
변제기간 6개월 후인 2016년 6월 30일로 하고 이자를 연 150%로 정해서 이자와 원금을 합해서 3억 5천만원을 갚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김씨는 이율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자금을 융통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2억원을 빌리게 됐고요. 변제기인 2016년 6월 30일에 약속한 3억 5천만원보다 1천만원 적은 3억 4천만원을 변제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이자제한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채업자 이씨와 이 거래를 중개한 대부업자 박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앵커= 이자제한법, 두 사람이 아무리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선 이상은 이자율을 제한 한다는 취지의 법안인 것이죠.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들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일반적 행복자유권이 있습니다. 그 안의 내용 중에 하나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인정되는데,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내용을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돈을 빌려줄 때 이자를 몇 퍼센트로 할지도 계약의 내용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서 자유롭게 결정을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 사이에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인 지위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궁박한 상황에 있는 자영업자나 저소득 서민들은 대부업자나 사채업자가 제시하는 터무니없는 이율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해서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성이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자제한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앵커= 지금 현행 이자제한법에서 몇 퍼센트 이상은 못받게 돼있나요.
▲강천규 변호사= 이자제한법 제2조 1항을 보시면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율은 연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3항에서는 계약상 이자로써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효로 한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안이 발생한 2015년 무렵에는 연 25%를 최고이자율로 정해놨는데요. 이후에는 연 24%로 낮아졌고 올해 4울 6일에 이 규정이 다시 한 번 개정됩니다. 그래서 올해 7월 7일부터는 연 20%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 등이 반영된 조치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안에 당시 최고이율과 변제기일을 대입하면 갚아야 할 총 금액이 얼마가 되는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 사안의 경우를 보면 그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율인 연 25%로 계산해보면요. 변제기일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와 원본의 합계금액이 2억 2천500만원에 불과합니다. 김씨는 사채업자인 이씨에게 3억 4천만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나머지 1억 1천500만원은 사실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금원입니다.
▲앵커= 민사적으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처벌을 할 수가 있나요.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이자제한법 제8조에서는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자제한법이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서 이자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해서 부과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요.
이 사안의 경우에 연 150%의 고리의 이자를 받은 사채업자 이씨는 이자제한법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이게 초과로 지급한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외에 민사적으로 별도로 대처할 수도 있나요.
▲강천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일단 최고이자율을 초과해서 지급된 부분에 대해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는데요.
우리 대법원은 이자제한법의 입법 목적, 이자의 최고 한도에 관한 규율 내용 그리고 그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등에 비춰보면 금전을 대여한 채권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자제한법을 위반해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아서 채무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50조에 따라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별개이기 때문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이 있다고 해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1. 2. 25.선고 2020다230239 판결)
▲앵커= 그런데 이런 불법 대출, 알선하거나 중개한 사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강천규 변호사= 이 판례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시를 했는데요. 우리 민법 760조 1항을 보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채권자와 공동으로 이자제한법 위반 행위를 했거나 이에 가담한 사람도 민법 760조에 따라서 연대해서 손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판시했습니다.
이 사안을 놓고 보면 고리의 대부행위를 중개한 박씨와 사채업자 이씨는 연대해서 채무자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인정이 되겠습니다.
▲앵커= 잘사는 법, 오늘 내용 정리를 해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제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을 통해서 자금 융통이 되시지 않는 경우에 급한 마음에 사채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일단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자제한법에는 최고이자율이 정해져 있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효로 규정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과하는 부분을 이자 원본 순으로 변제에 충당해서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하거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요.
더 나아가서는 형사 고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채권자의 관계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주저하시는 분들께서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하시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불법 고리 사채 이자는 안 갚아도 된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출처 :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3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