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법무법인 YK 박수민 변호사" 칼럼.
공동상속인 중 1인만이 피상속인을 물심양면으로 부양한 경우에도, 부양의무를 도외시한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같은 비율로 상속재산을 분할 받는다면 상당히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혼인 기간 동안 피상속인을 위해 헌신한 배우자 또는 전혼 배우자의 도움 없이 한 부모 가정에서 피상속인-자녀-을 양육한 경우, 특히 공동상속인 간 그 대립이 첨예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써 우리 민법은 구체적 상속분을 조정하여 공동상속인 간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한 ‘기여분’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기여분에 대하여 제1008조의 2로써 공동상속인 중 상당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하여 상속재산을 분배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대한 기여는, 피상속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에 상속인이 자금을 지원했다거나 하는 사실로 입증 가능하므로 기여분의 산정이 용이하다. 그러나 ‘상당한 기간 동안의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에 의한 기여, 이른바 무형의 부양적 기여는 그 기여분을 산정하기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법은 친족 간 부양 중 부부 사이, 부모의 미성년인 자에 대한 부양에 관해서는 자녀의 부모 부양보다 더욱 높은 정도의 부양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부부간의, 혹은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은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특별한 부양’에 이르러야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배우자의 경우, 더욱 높은 정도의 부양의무가 요구되므로 법원은 동거 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부양 비용의 부담 주체, 전체 상속재산의 규모 대비 배우자의 특별 수익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받은 생전 증여재산의 가액이 크다 하더라도 그 모든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보아 기여분이 부정될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배우자가 받은 증여 재산의 경우,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로서 가정에 대해 헌신한 보상,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 등의 의미가 있다고 보아 특별수익에서 제외한다는 확립된 법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한 경우, 자녀가 먼저 사망했을 시 양친의 상속 문제는 어떠할까. 이혼 후 자녀와 일절 교류가 없던 친모 또는 친부가 자녀의 사망 이후에서야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나타나 세간의 공분을 샀던 사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법원은 전혼 배우자의 도움 없이 주 양육자 일방이 피상속인을 혼자 양육한 사실에 대해 통상적인 부양의무를 넘은 ‘특별한 부양’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혼 배우자와 자녀 간 면접교섭 정황, 양육비용 부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 양육자였던 자의 기여분을 100%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전혼 배우자가 자녀와 교류할 수 없던 것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를 홀로 양육하다가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까지 안게 된 주 양육자 입장에서는, 자녀가 사망하고 나서야 나타난 전혼 배우자에게 상속재산까지 분할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피상속인을 위해 헌신적으로 부양했던 상속인의 노고를 보상받기에 현행 기여분 제도는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 법원으로부터 무형의 부양적 기여를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러한 기여 행위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인구의 노령화, 이혼율의 증가, 사회의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의 규모가 축소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부양적 기여의 가치와 필요성은 대두될 수밖에 없다.
‘공동상속인 간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를 되새기며 기여분 제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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