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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로만 양육비 써라"고 한 법원... 배려인가 부담인가

2021-04-29


항소심 "양육비 유용 방지, 투명성 강화"

 

대법원 "지나친 제한, 양육자 부담 증가"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에서는 이번주부터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실생활에 도움과 정보가 되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사는 法'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의미있는 주요 대법원 판결 소개해주실 강천규 변호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안녕하십니까. 강천규 변호사입니다.

 

▲앵커= 먼저 오늘 첫 출연이신데 법률방송 시청자께 간단한 인사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강천규 변호사= 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변호사로 근무했고 현재 법무법인 YK에서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새롭게 신설되는 '잘 사는 법' 코너를 통해서 유익한 법률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인사 말씀 잘 들었고 첫날인데, 어떤 판결 가져오셨는지 궁금하네요.

 

▲강천규 변호사= 요즘 결혼도 많이 안 하지만 결혼해도 이혼률이 굉장히 높지 않습니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이혼 중에서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이 42.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오늘은 양육비 지급과 사용에 관해서 의미 있는 판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어떤 내용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사안은 김모씨가 배우자 이모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를 한 것인데요. 본인의 자녀 김군에 대해 자신을 친권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해주고 양육비를 매달 60만원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이에 항소심 법원은 김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면서도, 김씨 명의의 새로운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 명의에 자녀 김군의 이름을 병기하고 매월 10일에 김씨가 30만원, 이씨가 50만원씩을 양육비로 해당 계좌에 입금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또 특이한 것은 해당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서 그 체크카드로만 양육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렇게 결정했는데, 김씨는 이 부분이 양육비 비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를 한 사안입니다.

 

▲앵커= 양육비를 체크카드로 쓰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체크카드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요. 항소심 판결은 우선 통상 양육비 심판에서는 부모 중 일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면 양육을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얼마를 지급하라, 이런 식으로 판결이 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특이하게도 자녀를 양육하는 양육자에게도 30만원, 비양육자에게 50만원을 그 계좌에 입금하라고 한 것이 특이한데요.

 

또 한 가지는 친권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된 김모씨 명의의 새로운 계좌를 개설해서 그 계좌에 부모 쌍방이 정해진 양육비를 입금하도록 하고,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체크카드로만 양육비를 사용하도록 했는데, 대법원에선 이것이 양육자의 재량을 너무 침해하고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나아가서 항소심 판결에서는 양육자가 매년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양육비 사용 내역을 비양육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것도 양육자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도 문제가 됐습니다.

 

▲앵커= 이게 앞서 말씀하신대로 양육자와 비양육자 모두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한 통장으로 입금해서 거기서만 양육비를 쓰라는 항소심 판결, 약간 특이하긴 한데 양육자 입장에선 좀 불편할 것도 같네요.

 

 

 

▲강천규 변호사= 일반적으로는 양육비는 부모 쌍방의 경제적인 능력과 자녀의 나이 등을 고려해서 아이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총 양육비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비양육자가 분담해야 할 비율을 결정해서 비양육자가 지급해야 할 양육비를 결정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양육자가 분담해야 할 양육비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나머지 부분을 비양육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기 때문에 양육자가 정해진 계좌에 자기가 부담할 부분을 입금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양육자인 양육비 지급자에 비해 불공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육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절차 하나만 더 늘어난 셈이 되는데요.


그리고 게다가 양육자가 자녀를 키우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출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모든 돈을 정해진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만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양육자로서는 입금한 양육비 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양육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런데 굳이 왜 이렇게 특이하게 판결을 했을까요

 

▲강 변호사= 항소심 재판부가 워낙 많은 사건을 담당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요, 사실은 이혼을 하는 부부의 경우엔 상대방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양육비를 주는 것은 괜찮은데 내가 준 양육비가 상대방이 사용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다는 정서가 강한 것이지요.

 

그래서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케이스를 보면 깊이 들여다봤을 때 이런 문제가 기저에 작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소심 재판부는 체크카드로만 양육비를 사용하도록 하고, 매년 분기별로 양육비 지출내력을 알려주도록 한다고 하면 양육비 미지급 등의 갈등이 발생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의도는 좋은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요.

 

▲강천규 변호사= 대법원은 "체크카드로만 양육비를 지출하도록 하는 방식이 양육자가 자녀를 행복하고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양육할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봤습니다. 체크카드 이외 방식으로 양육비를 지출할 경우도 있고, 그게 자녀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양육비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사용 내역만을 공개하도록 할 경우엔 오히려 이것이 추가적인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왜 이런 곳에 양육비를 사용했느냐는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의견이 맞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됐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양육비 사용 내역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게 오히려 다툼의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법원 판결 취지를 어떻게 봐야하나요.

 

▲강천규 변호사= 항소심 재판부에서 양육비 유용을 방지하고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전형적인 결론이 아닌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법원은 법원이 분쟁의 최종적 해결자이기 때문에 양육비 지급 방법이나 사용내역에 대해 추가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만큼 명확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 양육을 담당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체크카드로만 양육비를 사용하도록 한다든지, 양육비 사용내역을 분기별로 공유하도록 한다든지, 양육자 본인도 양육비를 공동 사용 계좌에 넣으라고 하는 부분들이 양육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이혼한 부부들은 부부관계는 해소됐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유지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의무가 있는데 대법원은 서로의 짐을 덜어주고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라는 취지를 기본 바탕에 깐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앵커= 네, 부부로서 인연은 끝났어도 아이 부모로서 의무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씀인 거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출처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3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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