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없어도 몰카 범죄 성립해… 점점 더 강화되는 도촬 처벌, 가벼운 대응은 금물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몰카 범죄는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범죄다. 몰카, 도촬 등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처벌할 수 있으며 법정형량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운 편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라는 조건에 대해 받아들이는 면이 달라 도촬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마다 논란이 일곤 했다.
가슴이나 엉덩이, 치마 속 등 다소 민감한 부위를 찍었을 때 또는
노출된 부위일 때에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출 여부와 상관 없이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호소한다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신체가 노출되지 않았어도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으며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A씨는 2015년 5월, 버스 안에서 한 여성의 뒷모습을 도촬 했다가 피해자의 항의로
덜미가 잡혔다.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윗부분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
하의를 입고 있었다. 레깅스 소재의 특성상 신체에 딱 달라붙어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상태였다.
1심은 A씨가 여성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몰래 찍은 것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레깅스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노출된 신체가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 밖에 없어 이를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2심의 판단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노출되지 않은 신체라 하더라도 의복이 몸에 밀착하여 굴곡이 드러난 상태라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대상인 ‘신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신체를 드러냈다
하더라도 이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촬영당한다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경찰출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누구든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에 대해 처음으로 판시한 것으로 추후 유사한 사건을 다루게 될 하급심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몰카나 도촬 범죄를 더욱 엄중히 처벌하며 피해자를 강력히 보호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형환 경찰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도촬, 몰카 범죄에 대해 기계적으로 적용해 오던 법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개인이 어설프게 변명을 늘어놓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방식으로 혐의를 벗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와 충분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최선의 대응 방안을 찾는다면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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