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실혼 이혼, 그들은 과연 부부였을까?
남녀가 혼인의 의사를 갖추고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를 사실혼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결혼식을 하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처럼 혼인신고를 하기 전 단계를 바로 사실혼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혼 관계 역시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것 외에는 법률혼에 못지않은 보호를 받게 된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가 일방의 잘못으로 파탄된 경우, 사실혼 관계 부당파기에 의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중에는 사실혼 여부에 대한 당사자 간 의견이 다른 때도 있다. 특히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동거해온 경우, 사실혼 관계인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혼인의 의사가 없는 단순 동거 관계는 법률상 보호를 받을 수 없으므로, 사실상 사실혼관계 여부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A남은 혼인의 의사로 B녀와 9년 동안 동거해 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한 뒤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A남이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였고, 이 문제로 B녀와 다툰 후 같이 살던 집에서 짐을 빼서 나가버렸다.
이에 B녀는 사실혼 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는데, A남은 B녀와의 관계가 사실혼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정했다.
B녀와는 혼인의 의사 없이 단순히 동거해오던 사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B녀는 A남과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함께 사는 동안 서로의 지인에게 상대방을 배우자라고 소개했는지, 양가 부모는 상대방을 며느리나 사위로 대우했는지, 함께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해 왔는지, 예물을 주고받거나 결혼식에 대한 의논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필자가 맡았던 사건에서는 9년이라는 긴 동거 기간, A남의 어머니가 자신이 소지하던 금반지를 B녀에게 준 점, A남이 매달 B녀 명의의 계좌에 소득의 일부를 이체하고 B녀는 이 돈을 공동 생활비로 사용한 점, A남이 자동차보험을 갱신할 때 B녀를 사실혼 배우자로 기재한 점, 지인들도 두 사람을 부부 사이로 알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A남과 B녀가 사실혼 부부였던 것으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A남은 사실혼 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고 B녀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되었다.
남녀가 부부처럼 같이 살고 있다고 해서 모두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혼인 의사를 갖추고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해왔다면,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처럼 부부인 듯 아닌 듯 알쏭달쏭한 사이인 사실혼 관계는 법률혼과는 다른 소송상의 쟁점이 있으므로, 그 특징을 명확히 알아야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
출처 : 환경일보(http://www.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