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유용만 업무상횡령죄? 공적 사용이라도 형사처벌 가능해” [민지환변호사의 횡령과 법률]
업무상횡령죄는 일상 속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범죄이며, 특히 회계 담당자라면 너무나 익숙한 범죄다.
그러나 정확한 법적 요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자신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공적 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을 때에만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업무상횡령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법무법인YK 기업법무그룹 민지환 형사전문변호사는 "업무상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업무상 의무를 저버린 채 재물을 횡령하거나 횡령한 재물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한다. 이 때 업무상 의무라는 부분은 생각보다 성립 범위가 넓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한 판례를 소개했다.
A아파트의 관리소장인 B씨와 입주자대표회 회장 C씨는 아파트 단지 내의 실내골프연습장에서 '수선유지충당금'이라는 회계 계정을 만들고 임대료 일부를 따로 보관했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에서 골프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자 시설 및 비품 인수 비용을 해당 계정에서 지급했으며 이후 직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도 해당 계정을 통해 충당했다.
그러나 이후 임주자대표회를 둘러싼 갈등이 촉발됐고 B씨와 C씨는 업무상횡령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에 따라 자금을 사용했으며 개개인이 별도로 착복한 바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처벌을 선고했다.
민지환 형사전문변호사는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자금이나 수익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는 자금을 위탁 받아 집행하는 업무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 특히 자금을 사용해서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이득이 됐다해도 이는 업무상횡령의 성립과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또한 민 변호사는 "간혹 입주자대표회나 의사회 등 조직 내 의사결정기관의 결의만 있으면 무조건 합법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미 강행규정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반하는 결의는 위법하고 무효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있다면 최대한 선처를 호소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구체적인 이득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사진 = 법무법인YK
허남수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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