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린 과일, 우산이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이라고?
직장 동료에게 얼린 과일을 던지고 우산을 겨누며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한 50대 여성에게 징역형이 선고 되었다. 법원은 ‘얼린 과일’과 ‘우산’이 특수상해죄 및 특수협박죄의 구성요건인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의아함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얼린 과일 등이 무슨 ‘위험한 물건’이냐는 의문을 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물건’이라고 하면 칼이나 총, 도끼 등 흉기를 생각하기 쉽지만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은 얼린 과일, 우산뿐만 아니라 쇠로 된 열쇠 뭉치, 얼음물이 가득 담긴 피처통, 스마트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인정된다. 물건의 본래 사용 용도보다는 재질과 사용방법 등을 따져보게 되고, 폭력행위의 도구로 사용되면 상대방의 생명 및 신체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때 특수상해죄가 성립하게 된다.
사실 특수상해죄나 상해죄는 이러한 오해를 자주 받는 범죄 중 하나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과 사람들의 인식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상해죄가 성립하려면 무조건 신체의 한 부분이 다치거나 부러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상해죄의 모습이 대개 물리력을 행사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법상 상해죄는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총칭한다.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물론 질병을 옮기거나 병을 악화시키는 것, 정신적인 질환을 얻게 만드는 것 등이 전부 상해죄로 인정될 수 있다. 즉, 겉으로 보기에 상처가 하나도 없다 해도 상해죄로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데이트폭력으로 성병을 옮긴 사건이나 폭언으로 우울증을 얻게 만든 사건에서 법원은 피의자의 상해 혐의를 인정,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특수상해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죄를 저지를 때 성립한다. 비난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처벌 또한 상해죄에 비해 무겁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집단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구타, 폭행을 가해 상해를 입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 행위를 저지른 것은 1인이라 해도 위력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특수상해죄가 인정된다. 즉, 자신이 특정 단체의 대표로써 얼마든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상해를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들은 망을 보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상황이라도 특수상해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법적 구성요건 사이에 괴리가 존재할 때,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생긴다. 상해죄나 특수상해죄는 구속 수사까지 가능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해죄나 특수상해죄 등의 혐의에 연루되었다면 혼자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과 합의를 한다 해도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때문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접근해야 과도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자신의 상식이 아니라 법적 지식을 믿어야 모든 법적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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