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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자식의 재산을 상속 분할해 주어야 할까?

2019-11-08

 

 


 

‘낳아만 준다고 해서 다 부모인 것은 아니다’라는 세간의 말처럼 부모의 역할이 자녀를 출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녀를 부양하는 것 역시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자, 부모의 의무다. 그러나 최근 자녀에 대한 부양의 의무를 도외시하는 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 부양의무를 전혀 하지 않은 부모도 자식의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밝힌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어서 소개해보기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2. 22.자 2017헌바59결정 참조).

 

먼저, 우리의 민법에 명시된 상속 관련 조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법 제1004조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그 상속인이 상속자격을 잃는 상속결격사유 다섯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탈모는 타이밍, 판시딜!

민법에서 한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속 결격사유에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한 경우(제1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경우(제3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경우(제5호)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위 조문에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명시돼 있지 않다.

 

그리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부양의무를 이행한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은 일정한 형사상의 범죄행위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 등 5가지를 상속결격사유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상속결격여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함이다. 부양의무의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어서, 법정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다고 해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본다면, 과연 어느 경우에 상속결격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관한 다툼으로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상속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나아가 민법은 유언이나 기여분 제도를 통해 피상속인의 의사나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여부 등을 구체적인 상속분 산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장치를 이미 마련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다른 상속인인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즉,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을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부합하고, 이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할 경우에는 법적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본 규정 입법의 불비로 인한 문제는 다른 법규나 제도적 장치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당초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해보자면,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이 먼저 사망할 경우 상속자로서의 자격을 가진다.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로 하는 것은 법 감정에는 부합할지라도 개별 가족의 생활 형태나 경제적 여건 등을 일일이 고려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수반하는 반면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필자는 가족 사이에도 자신의 책임 및 의무를 다한 후에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피로 맺어진(물든) 가시밭이 될 수도 있다. 가족 역시 개개의 인격체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부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도리를 온전히 다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강예리 변호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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