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이혼,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암 투병 중에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이혼소송 도중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소송 중 사망해 버리면 이혼소송은 종료되기 때문에, 이혼소송 중이었던 남편이 사망한 아내의 재산을 상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망인의 유족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에 분노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한 것이다.
이혼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로서, 망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가정폭력은 명백한 이혼사유로서,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같은 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 또한 가정폭력은 뚜렷한 증거가 남기 때문에, 유책사유를 증명하기가 다른 사유들에 비해 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너무나 심각한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경찰에 신고하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더라도 배우자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 중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작년에 일어나 공분을 샀던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폭력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한동안 무력감과 두려움 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이혼소송과 함께 심리치료나 상담 등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병행하여야 한다.
가정법원은 가정폭력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정폭력이 우발적으로 일어났거나 단 1회에 그쳤을 뿐이더라도, 이혼 재판부는 결코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실무를 담당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법원이 가정폭력을 거의 외도와 비슷한 정도로 강도 높은 유책성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가정폭력은 단순한 이혼사유에 그치지 않고, 범죄에도 해당된다. 그래서 가정폭력 가해자는 일반 형사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집안 내에서 일어난 부부 싸움이었다고 해도, 폭력의 수위가 높거나 피해가 심각한 경우 자칫 잘못하면 범죄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편인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아내의 폭력도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 내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정 내에서 가족 간에 일어났을 뿐 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변명의 여지가 크지 않은 명백한 이혼사유이기도 하다. 이혼사건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로서, 이혼 사건에서‘가정폭력’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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