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노동법의 두 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근로기준법’으로 나눌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인 반면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어서 각 법은 입법취지와 그 규율대상을 달리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에 대하여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판결).
즉,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이 개별적인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며,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므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반드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즉,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좀 더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에 소속된 학습지교사들은 근로기준법상 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가? 학습지교사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대법원에 의하여 꾸준히 부정되어 왔고 이에 따라 학습지교사들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당하여도 구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8년 위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설시하면서 학습지교사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여전히 부정하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학습지교사가 학습지회사와 경제적이고 조직적인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점과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습지교사들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로 인하여 학습지 교사 등을 포함한 특수고용직(근로계약이나 위임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의 형태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노동3권은 좀 더 넓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기준을 정하는 것이 실무상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으나, 국내 수백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직이 있음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위 판례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