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사의 시선] 형사변호사로서의 역할과 사명감
[YK법률사무소=한태원 변호사] 필자는 형사변호사로서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부터 형사재판의 공판진행에 이르기까지 의뢰인들에게 법률적 조력을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라고 하면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고급스런 사무실에서 깔끔한 정장을 입고서 근무하는 화려한 모습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필자는 전국의 수사기관, 구치소 및 법원 등 의뢰인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두 발로 뛰어다니며 적절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것에 한 눈 팔 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형사사건은 의뢰인의 사회적 생명과 결부되어 있는 만큼 사건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이나 그 무게의 정도가 다른 사건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검찰이나 경찰이 행하는 수사는 인권 침해적 요소들을 상당부분 지니고 있기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조사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이미 유죄의 확증을 갖고서 의뢰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조사경험이 적은 의뢰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필자는 변호인으로서 수사기관의 고유한 역할은 존중함과 동시에 의뢰인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해 줌으로써 의뢰인이 계속된 추궁과 압박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입장 또는 억울함을 충분히 밝힐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의뢰인의 억울함이나 입장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하는 형사변호사는 의뢰인의 방어권과 적법절차를 위하여 외롭고도 처절하게 다투어야 하는 속성을 지닌 서글픈 존재라 생각된다.
필자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때로는 수사기관과 기싸움을 하면서까지 변호인으로서의 법적 양심에 따라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데, 이러한 모습은 수사기관에 피의자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것으로 비추어져 변호인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의뢰인들은 자신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국가기관과 치열한 다툼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들을 조력하는 형사변호사의 역할도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곤 한다.
매일 의뢰인과 상담하며 법정이나 수사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변론하고 밤늦도록 서면을 작성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이 많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고 있는 목적과 취지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피곤해진 심신을 다잡곤 한다. 절박함과 불안함 속에서도 변호인에게 한 줄기 희망의 끈을 잡고 있는 의뢰인들의 처절한 심정을 헤아리면서, 형사변호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감에 충실하고자 매번 다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