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구해요” 열어보면 ‘성매매’…미성년자도 악용하는 ‘오픈채팅’
색다른 ‘소통 창구’를 표방했던 랜덤채팅이 ‘성매매의 장’으로 변질됐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로 미성년자를 현혹하거나, 청소년이 연령을 속이고 성매매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성매매 범죄의 온상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랜덤채팅 앱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성매매 상대를 물색하는 경우가 늘었다. ‘오늘 하루 아르바이트를 할 여성을 구한다’는 제목을 채팅방 이름으로 내걸고, 상대방이 대화방에 참여하면 성매매를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달 이 같은 수법으로 한 15세 여중생을 꾀어내려 한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여중생 B양이 익명 채팅방에 입장하자 연령을 확인한 이후 조건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채팅의 ‘익명성’이 성매매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날로 커지자 이에 대한 단속과 규제 강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특히 익명 채팅앱을 통한 청소년들의 성매매 실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 중 70%가 랜덤채팅앱과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수자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익명성 악용하는 청소년도… 함정 빠지면 ‘아청법 위반’
미성년자 성매매가 랜덤채팅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채팅 앱이 이용자에게 별도의 신원확인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익명성’ 때문이다.
실제로 랜덤채팅 혹은 익명채팅 앱 대부분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입이 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모바일 익명 채팅 앱 317개 중 신원인증을 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한 앱은 278개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가 청소년인 점을 모르고 조건만남을 했다가 아청법 위반 혐의로 처벌 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다수다.
이에 대해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는 피해자에게 성매매 의사가 있었다고 해도 성관계 후 대가를 제공하거나, 성매매를 권유한 사실이 있다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9월에는 이 같은 아청법을 악용한 사건도 발생했다. 10대 미성년자 3명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 남성을 숙박업소로 불러내 협박한 후 거액의 금전을 갈취한 사건이다. 성매매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대가를 흥정하는 등의 행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악용한 셈이다.
강 변호사는 “미성년자, 청소년 성매매와 관련한 아청법 위반 혐의는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추후에 취업문제나, 죄질에 따라 신상정보공개 등 부가적인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며 “만일 의도하지 않게 미성년자성매매 혐의를 받는다면 변호사와의 협조를 통해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적극 입증해야 혐의가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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