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소송, 혼인 전에 작성한 각서가 효력 있을까
[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30대 주부 A씨는 결혼 전 남편 B에게 ‘한 눈을 팔 경우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A씨는 연애시절부터 남편의 바람기를 걱정했고, 남편은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각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A씨의의 걱정대로 남편은 직장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고, 외도를 알아챈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을 걱정한 B씨는 A씨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부부의 이혼소송청구에 대해 각각 아내 A씨의 이혼청구는 인용, 남편B씨의 반소는 기각했다. B씨가 유책배우자로 인정되면서 소송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 자명했다. 기세를 몰아 A씨는 혼인 전 작성했던 각서까지 제출했고, B씨는 ‘혼인 전 작성했던 각서는 홧김’이라는 말로 진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때, 남편 B씨는 혼인 전 각서의 내용대로 재산분할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될까?
김신혜 가사법전문변호사에게 각서이행 관련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Q. 혼인 전, 재산분할 포기각서를 작성한 것이 유효한가?
A.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간 계약을 통해 한 쪽이 ‘재산을 포기한다’는 책임각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행을 기대하기 힘든 내용이라면 무효가 된다.
종래 대법원에서 판단한 내용을 보면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및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로서 비로서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1794, 1800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Q. 각서가 무효라면, 유책배우자와 동일하게 재산분할을 나누어야 하나?
A.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볼만한 공동재산 전부에 대해, 쌍방의 기여도나 분할방법 등을 고려하여 재산이 분할된다. 무조건 동일한 비율로 재산이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Q. 이혼소송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재산을 분할하는 문제는 현재 누리고 있는 일상환경의 유지와 앞으로의 미래생활 계획 수립과 연관관계가 깊다. 때문에, 각서는 물론 배우자와 나누었던 대화내용, 합의서 등이 제출되는 경우라면 입증자료들의 효력여부를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소송 전 재산보유내역, 기여도를 전문변호사와 함께 정리를 한 후, 최선의 상황에서 이혼진행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