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법률 ‘톡’]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안일한 초동조치가 불러일으킨 재앙
(이준혁변호사)
지난달 10월 14일 서울 강서구 소재 PC방 직원인 신모씨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30회 이상 찔러 살해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은 단순히 이 사건 범행의 잔인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경찰의 안일한 초동조치에 있었다고 본다. 또한, 경찰의 구태의연한 후속 조치가 이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이 사건이 살인이 일어날 만큼의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살인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로 이 사건 신고가 112 신고상의 분류인 ‘코드2’로 신고 접수가 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코드의 분류는 매우 형식적인 것이며, 뻔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한 이상, 신모씨에 대한 살해 협박이 있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사실 코드의 재분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무전기로 상황실에 내용을 전파하면 그만이다.
필자 또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112신고를 처리했지만, 아무리 술에 취한 사람끼리 시비가 붙거나, 건달들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경우에도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말은 결코 흔하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술김에라도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수사기관이 명백하게 초동조치를 미흡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수사기관은 안일한 판단 속에 동생의 공범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절대 그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으나, 사실 수사기관이 동생의 공범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 사건 발생 당시 현장을 이탈해 도망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머지않은 훗날 목격자에 대한 더 큰 사건으로 번질 수가 있다. 수사기관은 사후 약방문 격이라 하더라도, 사건을 매우 중하게 여기고 후속조치를 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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