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의료계 마약투약 사건, ‘처벌강화’ 능사일까
의료계에서 벌어지는 마약범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인은 일반인에 비해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비교적 쉽게 마약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반면, 의료기관이 마약류 의약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족한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환자 이름 빌려 ‘가짜’ 처방… 5년간 600여명 연루
지난 봄 모 의료기관의 화장실에서 간호사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결과 간호사 A씨의 사인은 약물 중독증이었다. 경찰은 사망한 A씨의 모발을 채취해 마약 반응 검사를 실시했고, A씨의 모발에서는 다수의 마약류의약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이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 투약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4월 모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B씨가 환자의 이름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처방 받아 상습적으로 투약해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아울러 또 다른 병원에서는 의사 C씨가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하다 적발됐다.
이 같은 의료인 마약사범은 매년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경찰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마약 관련 혐의로 적발된 의료인은 총 635명으로 5년 내내 꾸준히 오름세를 그렸다.
■ ‘늘 가까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처벌강화 신중해야
의료계 마약사범이 늘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마약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의 정보를 공개하자거나, 마약범죄를 저질러 의사면허가 취소된 경우라면 면허 재교부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처벌이나 징계의 강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인이 마약을 쉽게 반출하거나 허위로 처방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지책을 제대로 정비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다.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의료계 종사자는 법이 정한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인 동시에 늘 마약류 의약품을 가까이 두고 접하는 이들이기도 해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처벌과 징계 수준이 여론대로 강화된다면 순간의 선택으로 의료인 면허 자체를 잃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의사,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약사 등의 마약류관리자가 법이 정한 경우 이외의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하다 적발될 시 마약처벌과 더불어 업무정지나 자격취소 등의 행정처분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마약사건은 법률적 대처 못지 않게 피의자가 스스로 의지를 다잡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강 변호사는 “약물 중독의 경우 부수적인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이후 재범으로 또 다시 마약사건에 연루될 확률이 높다”며 “경찰조사나 재판과정을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치료 차원의 대책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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