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의 시선] 리벤지포르노 처벌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의 필요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재판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 아닐까 싶다. 형사사건을 수임하여 진행하다보면 의뢰인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에 대하여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처벌의 수위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조심스럽다. 양형기준이란 것이 있지만 처벌의 수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정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벌금형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기뻤던 적이 있다면, 기대에 어긋난 무거운 처벌로 당혹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그만큼 특히 양형에 관한 질문에는 대답이 어렵다.
최근 법원이 판결에서 ‘리벤지 포르노’를 직접 언급하며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심대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다. 필자가 변호를 맡았던 사건은 아니지만 기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처벌 수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닐 수 없어 형사사건의 결과 예측이 어렵다는 소회로 칼럼을 시작했다.
징역 3년이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필자의 의견이 결코 징역 3년이 과중한 처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비추어 보면 징역 3년이 무거운 처벌이 아닐 수 있겠지만, 현행 법률을 고려했을 때 그 이상의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리벤지포르노’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많은데, 이와 같은 지적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현행법상 ‘리벤지포르노’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있다. 현행법상 ‘리벤지포르노’를 처벌하는 규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있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규정인바, 이는 이른바 몰카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지 ‘리벤지 포르노’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으로는 보기 힘들다.
보복의 목적으로 촬영물을 동의 없이 소지, 전송,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는 몰카와는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통하여 처벌을 할 수 밖에 없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촬영 자체에는 동의한 촬영물인 경우가 많은데, 동의가 있는 촬영물의 경우에는 이를 유포한 경우가 아니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촬영물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만 전송을 한 것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나아가 최근 유명 연예인의 사례처럼 촬영물을 전송이나 유포하지 않고 ‘촬영물이 있다’는 사실만 상대방에게 알렸을 뿐이라면 사실 상 처벌 자체가 어렵다.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정해져 있어 일반적인 몰카 범죄의 경우보다도 법정형이 더 가볍다. 자칫 ‘리벤지 포르노는 동의를 받은 촬영물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볍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이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를 전제로 처벌을 하고 있어서,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소위 셀카의 경우라면 그 촬영물을 유포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촬영물의 존재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임에도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으면 사실 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현행법이 가지고 있는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음란물의 ‘소지’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경우처럼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에도 촬영물의 ‘동의 없는 소지’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촬영에 대한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법정형을 동일하게 개정하거나 보복적 감정에 의한 전송, 유포에 대한 가중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시류에 따라 처벌이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에는 현재의 법률로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전부터 꾸준히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고 있었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던 만큼 이번에야 말로 일회성 논의가 아닌 입법적인 해결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