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법률 ‘톡’] 상속의 승인과 포기
(양지현변호사)
민법은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된다(민법 제997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자신이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상속을 받는 것인지 별도의 절차를 요구하는지, 또는 상속을 어떻게 포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속의 효력 발생을 위해서 원칙적으로 특별한 의사표시나 등기 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민법 제187조). 그러나 망인(피상속인)의 상속재산과 상속채무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속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또는 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한 경우에는 우선 상속재산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그 전에 무작정 망인의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와 같은 행위는 법률상 ‘상속의 승인’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상속의 승인에는 상속인이 아무런 이의 없이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는 단순승인과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하여 상속에 의하여 얻은 재산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지는데 그치는 한정승인의 두 종류가 있다. 즉, 한정승인이란 쉽게 말해서 망인의 빚이 얼마든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갚으면 채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속인이 망인의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무심코 이전 등기하는 등 단순승인을 하게 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위 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데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여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한편, 상속의 포기라는 것은 이미 망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었지만 상속을 거부하는 의사표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때 상속인 본인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상속인의 지위가 망인의 손자녀와 같은 후순위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명의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청구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더 이상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 채무가 승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상속의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는 모두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할 수 있는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이란 결국 피상속인의 사망의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한다. 다만, 판례는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 3월이라는 기간은 남아 있는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상속 절차까지 진행하는데 결코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이 판례와 법 규정이 마련하고 있는 다양한 구제책들이 있으므로 사후에라도 상속의 승인과 포기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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