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CCTV의 두 얼굴: 개인정보보호법과 불법 감찰
지구대를 가보면 건물 안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과 경찰관들은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지구대 내 소란을 담아내는 CCTV의 존재에 안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지구대에 있는 CCTV는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필자는 지구대 CCTV를 볼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며 필자에게 찾아온 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A 경찰관은 동료인 B 경찰관과 함께 지구대 내에서 상황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B 경찰관이 저혈당쇼크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B 경찰관을 응급조치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던 A 경찰관은 동시에 발생한 112 신고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였다. A 경찰관은 112신고를 처리하지 못한 과오는 인정하지만, 생명이 위급한 B 경찰관을 구했기에 큰 징계는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A 경찰관을 감찰 조사하겠다고 나온 직원은 지구대에 설치되어 있던 CCTV에서 그 날 있었던 CCTV 영상뿐만 아니라 1개월 치의 CCTV 영상을 어느 누구의 동의 없이 전부 가져가 먼지털기 식으로 A 경찰관의 흠을 잡아냈고, 결국 경찰서에서는 A 경찰관에게 정직 2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1개월 동안 A경찰관의 근무태도가 불성실하였거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CCTV 영상을 근거로 A경찰관에 대한 징계가 문제가 없는 것일까?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에 의하면 CCTV 등을 관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는 ①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②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 내에서만 제3자에게 개인정보(CCTV영상)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8조에 의하면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수집 목적 외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구대 CCTV의 설치 목적은 오로지 ‘시설의 안전’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목적 범위를 벗어나 감찰목적으로 CCTV 영상이 제공되는 것은 정보주체인 경찰관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 또한 명백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건에서 1개월 치의 CCTV 영상을 제공받은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고, 이를 근거로 내린 A경찰관의 징계 또한 부당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17. 11. 23. 같은 취지에서 경찰서의 감사담당자가 경찰관들의 근무 태도를 감찰할 목적으로 CCTV를 사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하여 발표하였다.
A 경찰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A 경찰관은 정직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아직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만약 A 경찰관처럼 억울하게 불법감찰을 받아 징계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필자를 찾아와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경찰관과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CCTV가 때로는 불법사찰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제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기를 필자는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