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냥 빚 지는 ‘성희롱’…형사처벌 가능해질까
# 30대 직장인 여성 K씨는 퇴근 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에 쓸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다. 대개 팀워크가 중요해 헤드폰을 끼고 상대와 대화를 나누며 하는 게임들이었다. 그러나 단 한번의 불쾌한 경험으로 K씨는 음성채팅을 해야 하는 게임은 피하게 됐다. K씨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여성임을 알게 된 상대방이 K씨에게 성희롱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는 처벌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 사각지대를 손 본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성희롱에 대한 처벌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게임하다가 ‘성희롱’ 하면 형사처벌?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발의
지난 14일 국회에서 성폭력특례법 중 성희롱과 관련한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정보통신망을 포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이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도록 성희롱을 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을 정비해 만연한 성희롱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까지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 ‘톡’방에서도 성희롱?...”성희롱 성립기준 단순하지 않아”
이 같은 개정안의 발의는 성희롱을 성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성추행, 성폭행과 달리 신체 접촉이 발생하지 않는 성희롱은 형법상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없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성희롱 당시의 정황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 두 죄목으로 형사처벌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직장 내 성희롱은 재판을 통해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지는 책임은 민사상의 손해배상이나 사업장에 대한 행정 제재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성희롱의 형태와 피해가 다양해져 이에 대한 형사처분 역시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과거 성희롱의 발생지가 직장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것에 반해 근래에는 단톡방 성희롱이나 게임 내 성희롱 등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엄단을 요구하는 분위기나 형사처벌 필요성 또한 자연스레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성희롱을 형사처벌 할 때에는 성립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한 판단기준으로 가해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절대적이 아닌 데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률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인이 판단해 대응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 형사전문변호사와의 보다 면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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