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였을까, 사랑했을까…미성년자 그루밍성범죄의 `동의 여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벌어져 비난이 더욱 거세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동의 아래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성관계에 조금이나마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아청법에 의거해 강도 높은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은 `동의 여부`다.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한 그루밍성범죄가 늘면서 피해자가 성관계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여부가 한층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보살핌 후 `성적 접근`
지난 30일 경찰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제자 B양과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적발 당해 해고 됐고 경찰은 A씨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에 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그루밍성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그루밍`이라는 용어는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구석구석 핥는 행위로 `길들이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처럼 그루밍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살피는 듯한 행동을 함으로서 신뢰관계를 다져놓은 이후 성적 행위를 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B양과 성관계를 맺은 교사 A씨 역시 B양에게 평소 먹을 것을 사주거나 집에 데려다주고, 용돈으로 사용할 신용카드를 건네는 등 신뢰감과 의존도를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는 B양과의 성관계에서 강제성은 없었다고 밝힌 상태이나, 미성년자성범죄에 연루된 피의자라는 낙인은 씻을 수 없게 됐다.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합의 여부에 `촉각`
결국 쟁점은 `피해자도 동의했는가`다.
형법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연령을 만 13세 이하로 규정해 해당 연령 미만자와 성관계를 한 자는 동의 여부를 막론하고 처벌하지만, 만 14세 이상과 청소년이 동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면 상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었으나 연인 사이였음을 입증해 혐의 없음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지난 2012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C씨는 상대가 미성년자인 것은 맞지만 `사귀는 사이`였다고 주장하며 증거자료로 통화내역과 스마트폰 앱의 대화 내용 등을 제출해 반박했고 그 결과 2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을 수 있었다.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루밍성범죄가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동의 하에 맺은 성적 접촉까지도 심리적 지배관계로 비춰질 가능성이 늘었다"며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사건에 관한 상세한 분석 없이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형사전문변호사와 의논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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