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괄임금제도를 살펴보며
최근 근로자들이 퇴사한 이후에 사용자나 사업주를 상대로 이미 지급받은 임금 이외에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여 곤혹을 치르는 사용자 측의 의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른 제 수당을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자는 당직대체 근로자나 건물시설 관리자와 같이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금액 이외의 추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보일러 운전기사, 출퇴근용 버스 또는 승용차 운전사, 휴일 및 야간에 근무하는 건물시설 관리자와 같이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를 ‘단속적 근로’라고 하는데, 이러한 ‘단속적 근로’는 근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모호하여 정확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는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한 일정한 금액을 월급여로 지급하기로 하는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약정의 유효성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의 관련규정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수당들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와 그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근로자의 승낙 하에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고, 이러한 약정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포괄임금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최근 대법원은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관련하여,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그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의 개편과 고용유연화 정책의 확대에 따라 포괄임금제가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비정상적인 법적 수단으로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에 발간한 ‘사무직 근로시간 실태와 포괄임금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내 100명 이상 사업장의 41.3%가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사무직 근로자의 월 초과근로시간은 평균 13시간 6분이고, 그 중에서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곳은 32.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산업전반에 걸쳐 「근로기준법」의 원칙과 예외가 전도되어 노동법제의 규범력이 유명무실화되는 현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포괄임금약정의 유효성 여부가 문제되는 구체적 사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 사건마다 근로의 성격이나 업무의 특성이 매우 다양하여 해당 업무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경우가 허다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 ㉡ 근로자의 급여수준이 일반적·평균적인 동종업계에서의 급여수준에 비해 넉넉한 수준에 해당하는지 여부, ㉢ 근로자가 근로형태와 근무조건을 잘 알고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해당 근로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의 성격, 업무의 특성 및 동종업계의 관행을 무시한 채 「근로기준법」에 따른 원칙만을 적용하게 된다면, 해당 근로자는 동종업계 근로자의 평균급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급여를 인정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최근 포괄임금제가 커다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포괄임금제와 관련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포괄임금약정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사자들의 권리구제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고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석기준이 축적되어야 할 것이며, 포괄임금제도와 관련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노동법령들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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