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전문변호사의 포커스] 전 재산을 기부한 아버지의 유언은 유효할까
Q. A는 생전에 100억이 넘는 자신의 전 재산을 대학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을 작성하였다. A의 자녀들은 아버지인 A의 사망 이후에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녀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아버지의 유언장을 살펴보았다. A가 자필로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자, 주소, 이름을 기재한 것을 확인하였지만, 위 유언장에 A의 도장은 찍혀있지 않았다. A의 자녀들은 유산을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아버지인 A의 유언은 효력이 없으므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자녀들은 유산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A. 위 사안에서 자녀들을 유산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법은 유언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법이 정한 방식을 따르지 않은 유언은 효력이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가 작성한 유언장은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기재하고, 날인해야 한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A는 유언의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기재하였으나, 마지막 요건인 날인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위 유언은 효력이 없다. 위 사건에서 대학은 A의 재산을 기부 받을 수 없으며, A의 유산은 상속인들이 받게 될 것이다.
물론 A의 진정한 의사가 자신의 전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요건이 다소 미흡하다 하여 유언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므로 위 사안처럼 사후에 유언으로 인한 분쟁이 생길 경우 유언이 실제로 존재하였는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가 유언을 위조하거나 변조하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언자의 진의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사후에 유산을 둘러싼 다툼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득이 유언의 형식을 법에서 엄격히 정하고 있으며, 이를 갖추지 못한 유언은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유언을 하게 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해진 절차와 형식에 맞추어 유언장을 작성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언의 형태는 5가지다.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규정되어 있는데, 각 유언에 필요한 형식과 절차를 준수하여야만 그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유언자나 가족들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유언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으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에게 적절한 유언의 형태를 활용하시는 것이 좋다.
한편, 최근 그 내용이나 형식이 유언에 비해 유연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자산을 생전에 신탁하여 유언자의 생전에는 유언자 본인이 그 운용수익을 받고, 사후에는 상속인이나 제3자를 수익자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자산의 상속이나 처분 시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용건을 갖추면 절세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재산을 모으는 것만큼 그 운용과 처분. 상속 역시 중요한 문제다. 한 평생 노력하여 모은 자산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위한 적절한 제도를 활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