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무장병원이 요양급여 청구시 사기죄 성립 여부
최근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에 대하여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함과 동시에, 해당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는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의 성립까지도 널리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사무장병원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및 복리를 보장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병원을 의미하는데,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속칭 사무장에 대하여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33조 제2항에 따라 의료법위반죄가 성립되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사무장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은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지급받은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당하는 환수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일각에서는 의료인에 의한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이루어졌음에도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를 기망행위로 보는 것은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러한 견해는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과정에 불법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의료인에 의한 본연의 진료행위가 수반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청구행위 전체를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하기 위한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또한 위 견해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하여 일반적인 진료행위에 따라 청구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마땅히 지급하여야 할 비용에 해당하는바,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착오를 일으켜 요양급여비용지급이라는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이를 운영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 및 복리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의료기관의 개설주체가 불분명하여 해당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인지에 대하여 치열한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정상적인 진료행위에 따른 요양급여로 청구한 전체금액을 사기죄의 이득액으로 산정한다면, 그에 따른 형사제재가 지나치게 가혹하여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개설주체가 불분명한 사안의 경우에도 정책적인 필요성이나 절차적인 편의성을 강조한 나머지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면, 구체적 사안에서 온당하지 못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상당한바,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개설행위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요양급여비용청구행위가 허위진료나 과장진료에 기인한 것이라는 등의 행위요건이 가중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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