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법률‘톡’] 형사보상청구제도를 살펴보며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구속은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불가피한 수단이나, 해당 피의자나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되고, 본인 및 그 가족들의 사회생활에도 유·무형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는 한두 달의 구속만으로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유급을 당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비록 소수일지라도 억울하게 구금이나 구속을 당한 피의자·피고인의 경우에는 확정판결 이전에 부당하게 징벌을 받았다고 생각할 여지가 다분하고, 구속만으로도 피의자·피고인에게 유죄의 인상을 심어주어 재판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잘못된 형사사법권의 행사로 인하여 억울하게 구금되었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국가가 그 피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보상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형사보상제도는 국가가 형사사법의 과오로 말미암아 범죄자로 다룸으로써 그로 인해 입은 물질적·정신적 손실에 대하여 국가가 그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헌법'상의 형사보상청구권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 에 의하여 구체화 되는데, '형사보상법' 제2조 제1항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 절차 또는 재심이나 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하였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국가에 대하여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재판에 의하여 무죄의 판단을 받은 자가 재판에 이르기까지 억울하게 미결구금을 당한 경우 형사보상청구를 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형사보상청구권의 범위와 관련하여 판결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형사보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된 바 있다. 이는 편의점 종업원인 피고인이 편의점 테이블에 놓고 간 피해자의 가방을 임의로 가지고 간 사안으로, 1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예비적 공소사실인 점유이탈물횡령죄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에 대하여는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위 사안과 관련된 형사보상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판결이유에서만 무죄로 판단한 경우라 하더라도, 무죄부분이 수사와 심리에 필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부분과 관련된 미결구금에 대하여도 판결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헌법」과 「형사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판결’의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 문언적·형식적 의미에만 국한하여 판단하기 보다는, 억울하게 구금당한 피고인의 입장에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형사보상청구권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은 자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국가의 잘못된 법집행에 대한 보상의 차원에서 구제해주는 기본권이며, 이러한 형사보상청구의 취지에 따라 「헌법」은 국가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을 천명하고 있는바, 형사보상청구권의 구체적인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범위를 가능한 한 넓게 해석하여 무고하게 구금당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유효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형사보상청구권과 관련하여, 형사보상청구의 제척기간·형사보상결정에 대한 불복방법·형사보상금의 상한제 등과 관련된 쟁점들도 계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는바,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함에 있어서도 형사보상청구권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된 중대한 기본권이라는 관점에서 관련법령들을 해석해 나가야 하며, 당사자에 대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법제들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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