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의 시선] 성범죄와 무고죄
최근 대검찰청에서는 성범죄와 관련하여 범죄 수사가 종료되기 전까지 무고에 대한 범죄 수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발표했고, 이에 법조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거운 상태이다.
실무상으로 보면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할 경우 무고죄의 수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대부분 성범죄의 수사가 끝난 다음으로 무고죄의 수사를 미루는 것이 수사관행인데, 이는 최근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수사매뉴얼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과연 위와 같은 수사관행과 수사매뉴얼이 타당한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피의자, 피고인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될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억울하게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그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상대방을 명예훼손, 무고로 고소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무고에 대한 수사를 뒤로 미룰 경우 결국 억울하게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사실여하를 불문하고 성범죄자로 낙인이 찍혀버릴 수 있게 되므로, 대검찰청이 발표한 수사매뉴얼은 형사소송의 대원칙에도 맞지 않고, 역차별적인 것으로서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은 평등해야 하고, 그 범죄가 최근 이슈가 되는 성범죄라는 사실만으로 그 범죄에 대한 특혜적인 규정이나 관행을 두어서는 절대 아니 된다. 성범죄의 특수성 –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편견, 진술만으로 범죄의 성립여부가 가려질 수 있어 무고에 대한 두려움 등 – 을 근거로 위와 같은 수사매뉴얼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편견이 훨씬 더 크고, 진술만으로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함에 있어 무고여부 등에 대해 더욱 상세히 판단해야 하므로, 위와 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무고, 특히 성범죄에 있어서의 무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다. 이러한 무고에 있어 그 인지나, 처벌의 정도가 매우 약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무고 고소에 대한 수사마저 성범죄의 수사 뒤로 넘겨버린다면 억울하게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한 것이 아닌지, 그 사람의 법으로 부터의 보호가 – 단지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 지나치게 소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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