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제도의 문제점
현재,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약 6만 명, 공개 대상자는 4,088명에 달한다. 1990년대 말부터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사회적 합의에 힘입어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도입되었다.
신상정보 등록제도란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법원으로부터 공개명령을 선고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범죄 예방 및 수사에 활용하고, 그 중 일부를 일반 국민 또는 지역주민에게 알리는 제도이다. 등록대상 성범죄로는 형법상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등이 있고, 성폭력 처벌법 위반, 아청법,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위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신상정보가 등록되면 선고형을 기준으로 10년 초과의 징역•금고형은 30년, 3년 초과 10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은 20년,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은 15년, 벌금형은 10년 동안 신상정보가 등록된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제도는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자들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는 제도이이다. 고지제도는 아동•청소년을 세대원으로 둔 세대주 등에게 우편으로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송부하고 주민자치센터 게시판에 30일간 게시하는 방법으로 집행된다. 이에 더하여, 성범죄자는 형이 확정된 후(또는 집행이 종료된 후)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위 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2016. 12. 20.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위와 같이 범죄자를 등급에 따라 구분하여 등록기간에 차등을 두고, 신상정보 등록을 면제하는 규정(동법 제45조의2)도 신설되었지만, 여전히 위 제도를 둘러싸고 범죄자의 가족들에 대한 인권침해, 과잉금지위반, 다른 범죄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과연 유죄판결로 확정된 징역•금고 기간에 따라 네 등급으로 나누어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합당한 처분일까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현행법에 의하면, 강제추행으로 기소되어 벌금형 100만원이 확정되더라도 그 사람의 신상정보가 10년 동안 등록되며, 최초등록일로부터 7년이 경과해야만 등록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강제추행이라는 범죄의 행위 태양이나 목적, 동기는 너무도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죄질이나 재범의 위험성도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심각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나아가, 법원은 피고인이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상정보 등록기간 동안 해당 정보를 공개 및 고지하는 명령을 선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공개 및 고지에 있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구비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법원은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거나 그 밖에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등록정보의 공개 및 고지 명령을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단서). 그러나 이는 법원의 재량 범위에 속하므로 법원이 판결 선고 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를 면제할 만한 사유를 검토하는 것 이외에도 공개 및 고지 명령 기간 동안 각 범죄자의 재범의 위험성이나 재범 방지 노력 등을 고려하여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상정보 등록 및 고지는 형사처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다. 그러나 실상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범죄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과도한 이중처벌 행위가 묵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입법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 참조
1)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내지 제50조
2) ①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인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② 신상정보 고지 대상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인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 위의 범죄를 저질렀으나 심신장애자로 처벌할 수 없는 자로서 다시 위의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