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의 시선] 수사에서의 피의자의 진술
필자는 직업상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을 일주일에 적어도 세 네 군데씩은 간다. 그동안 셀 수 없이 피의자 신분인 의뢰인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 입회하고 피고인 신분인 의뢰인에 대한 재판에 참여하였지만, 아직도 경찰서 문 앞에 들어설 때나,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할 때나 항상 긴장이 되고 조심스럽다.
수많은 사건을 겪은 변호사도 이렇게 긴장이 될 진대,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가 된 일반인의 입장은 어떨까?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석하라는 전화나 문자를 경찰서로부터 받게 되었을 때, 잘못한 것이 있는 사람은 당연한 것이거니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조차도 순간 목이 바짝 마르고 말을 더듬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국가 공권력이 자신을 어떠한 대상이자 타겟으로 잡아 조사를 해야겠다고 통보했을 때 그 통보를 받게 된 심정은 아득할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함에 있어서는 가령 대상자의 계좌내역을 파악한다거나 통신자료의 조회, DNA 검사, 각종 증거물의 압수수색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결국 궁극적으로는 수사대상이 된 사람의 진술을 듣는 것이 목표가 되며 대상자의 진술은 때에 따라서는 가장 유력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자백하는 진술은 진술자 스스로에게 불리한 사실을 자발적으로 털어놓는 것이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고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갖는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이는 상당히 신뢰할 만 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범행을 자백하는 진술을 받고자 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강요나 회유에 의하여 진실과는 다른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서는 수사의 대상자, 즉 피의자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인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도록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보장한다. 나아가 체포를 하거나 조사를 할 시에 반드시 이와 같은 권리들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의 현실과 실무를 보면 과연 위에서 본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진술이 정말 믿을만한 것인지, 그리고 진술을 하기에 앞서 법으로 규정된 권리들에 대하여 진술을 하려는 사람이 이에 대해 제대로 숙지를 하거나 이해하고 진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밀하고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와 같은 상황들에 대해 잘 알거나 미리 대비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놀라고 무서워서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불려가서 추궁을 받게 되고 겁을 먹고 두려워서 자신이 무슨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잘못했다고만 하다가 그 진술이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진술이 되어 자신을 옭아매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앞에서 본 진술거부권 등의 권리를 법률이 규정하고 보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에게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필자는 변호사이기에, 법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와 같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법에 대해서 모르는,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그래서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한 사실인지 무엇이 불리한 사실인지 몰라서 잘못된 진술을 하게 되어 나중에 큰 곤경을 겪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많은 것이 고쳐져야 하고 개선되어야 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편집자 주>
■신은규 변호사 프로필
한양대학교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직무대리
2018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전문변호사
2018 대한변호사협회 [의료법] 전문변호사
현) YK법률사무소 변호사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437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