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파리바게트, '시정명령' 함의에 대해
전통적인 근로관계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모든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근로관계만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IMF 이후 기업이 기존 직원들에 대하여도 대거 명예퇴직을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간접고용의 일유형인 근로자파견제도를 도입할 사회적 필요가 커졌다. 이때 파견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지난 1998년 2월 20일 법률 제5512호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제정되었으며, 파견법은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파견법 제정 이후 20년이 흘러 노동시장의 환경 또한 그사이 대폭 변화되었기에 파견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파리바게트에 대하여 가맹점주가 협력사와의 계약을 통해 협력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파리바게트 각 가맹점에서 근로하여 온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현재까지 임금꺾기 등으로 인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근무해온 가맹점 제빵사들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의 역시 파리바게트가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시정명령 내용이 보도된 직후, 업계 1위인 파리바게트가 이와 같은 직접고용을 하게 될 경우 이는 인건비의 인상으로 인하여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결국에는 최종소비자인 고객이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빵 가격 인상의 부담을 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기업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국가기관이 시정명령을 하는 방법으로 개입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법령의 제정취지와 노동관계법령의 준수 여부에 관한 지도·감독권능이 있는 국가기관의 역할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하여 근로자의 권리가 마냥 약화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관계법령이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바게트 시정명령 사건으로 인하여 파견과 도급을 포함한 미래사회에서의 근로관계 재정립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파견과 준별되는 개념이 도급이다. 파견법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근로자파견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이 허용되고 있다.
이와 달리, 도급계약의 경우 근로자파견으로 인한 법률관계에 있어서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서는 회사가 수급인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인 회사는 일정한 노동력을 도급인 회사에 보내는데 이때 수급인 회사 소속 근로자에 대한 업무의 지휘·감독은 도급인 회사가 아니라 수급인 회사 소속 작업반장 등이 담당하고 있다.
파리바게트 사건의 경우 가맹점 근로자들의 출근·퇴근시간이나 일정한 시점에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빵의 종류, 각 가맹점에서 주문하는 재료의 양 등이 SPC 본사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한다.
즉, 흔히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어서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있게 되는 가맹점주도 아닌 SPC 본사가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정명령 자체는 노동관계법령의 취지에 충실한 법적용으로 판단된다.
파리바게트 시정명령은 현존하는 노동관계의 제 문제 중 하나의 문제로서 제반 논의의 촉발점이 됐을 뿐이다. 제빵업계뿐만 아니라 각종의 국가기관, 공공기관, 그리고 크고 작은 사기업 모두가 노동영역의 일부에 대하여는 파견근로 내지 도급근로를 이용하거나 무기계약직을 유지하고 있다. 협력업체 내지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직접 고용을 벗어난 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번 시정명령은 ‘노동의 종말’, ‘직업의 종말’로 표현되는 미래사회의 노사관계에 관하여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 http://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92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