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민수 변호사]토요일 택시를 타고 가던 도중 라디오 뉴스에서는 전 정권의 유력인사의 딸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를 가만히 앉아서 뉴스를 듣고 있자니, 어김없이 택시기사님께서 영장 기각에 대한 욕설과 함께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느냐는 동의를 구해 오신다.

그러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놈들은 전부 구속시킨 다음에 수사를 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냥 웃음만 지을 뿐, 절대로 내 의견을 말하지는 않는다. 말하는 순간 차안은 100분 토론의 장으로 변하거나, 만담의 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정치에 대한 이슈일 것이며, 그중에서도 전 정권과 연관된 사건의 구속영장이 가장 큰 화두라 할 것이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구속영장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며, 이후 영장의 발부여부에 따라 여론이 요동친다. 실제로 최근 전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자의 딸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며 여론은 심각하게 영장담당 판사를 비난하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택시기사님의 수다로 영장실질심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쓰는 칼럼에서 전 정권 관련인사에 대한 영장발부의 당위성을 논하고자 함은 아니다. 

기사님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대부분 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영장에 대한 개념을 추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며,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만 받는 사람에 대한 구속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머릿속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다만, 감정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구속은 참 무서운 것이다. 방금 전까지 가족을 만나고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내가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갑작스럽게 세상과 단절된 체 수의를 입고 담장 너머의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그 범죄혐의가 너무나도 명백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중 진심으로 억울한 사람도 있으며, 그 사람들은 순식간에 외부와 단절이 되어 자신의 억울함을 제대로 토로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구속을 판단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된다. 

따라서 검사도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 영장을 청구하며, 변호인은 의견서와 변론을 통해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검사와 변호인의 각자 나름대로의 일리 있고 타당한 주장으로 인하여 판사의 고민은 깊어지며, 나아가 자신의 판단으로 사람이 구속여부가 결정되니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흔히 영장재판으로 세칭 되는 영장실질심사의 경우 이러한 양 당사자 간의 논리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현장이다. 그리고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논리에 의하여 사람이 구속되기도 하고 석방되기도 한다. 

결국 영장실질심사는 어떤 이에게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논리적으로 호소할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마지막 기회를 허투루 날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욕을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은 하나이이며, 그 진실은 오로지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을 믿어줄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단 한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YK법률사무소 김민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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