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의 원칙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뉴스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다. 특검이 영장청구를 준비할 때부터 매일 같이 구속영장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뒤덮었고, 심지어는 금명간에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다는 특검의 태도에, ‘금명’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후에는 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근거 없는 루머에서 비롯된 신상 털기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기각과 관련해 사건 내용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습득한 한정된 정보만으로 영장이 기각됐다는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상 구속 사유를 새벽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판단해 피의자를 불구속 수사토록 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적절한 결정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법원이 얼마나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 입각해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신중히 결정했지는 의문이다. 법원이 일반 국민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와 같이 신중히 고민하고 구속사유를 엄격히 판단해 구속여부를 결정했는가.
이번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기각이라는 결정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떠나,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재벌에 대하여만 지켜지는 원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일반 시민의 과도한 분노와 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는 무조건 재벌은 구속되어야 한다는 우매한 국민의 억지가 아닌, 기존 법원이 보여준 영장실질심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영장의 청구와 발부에 있어 좀 더 피의자에 대해 의미 있는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유독 재벌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할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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