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남현석 변호사]연인이 사귀면서 관계가 깊어지면 서로의 사생활이 겹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 초반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던 각자의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어떤 이는 그것을 귀여워하고, 어떤 이는 불편해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편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인들은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관계와 서로의 나체에 대한 태도도 관계가 깊어질수록 변하게 된다. 연애 초반에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나중에는 서로의 나체를 전혀 부끄럽거나 민망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멈추면 좋겠지만, 문제는 카메라를 꺼내면서부터 발생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인과 관련된 범죄에서 종종 나오게 되는 혐의가 바로 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다.
위 조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의사에 반하여”라는 문구다. 일상생활에서 서로 사진을 찍을 때 한 컷 한 컷마다 동의를 구하지는 않는다. 특히 서로 편해진 사이라면 상대방이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 촬영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민망한 순간에, 예를 들어 나체인 상태에 촬영하기도 한다.
촬영자는 서로에게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촬영결과물 중 동의 없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꼭 한 장은 나오게 된다.
한 의뢰인은 과거 자신이 사귀던 여성으로부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사귀는 도중 암묵적 동의 하에 찍은 것이라고 매우 억울해 했지만, 사진 자체를 봐선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진이었다.
변호인의 도움을 통해 당시 정황과 간접증거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해 겨우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지만, 수개월 동안 의뢰인은 조사를 받고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야 했다.
단순한 사진 몇 장이라면 그나마 죄질이 높지 않은 편이다. 진짜 문제는 성관계 영상이다. 한 의뢰인은 과거 자신이 사귀던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촬영하는 버릇이 있었다. 물론 의뢰인은 촬영 전에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고 촬영했다.
하지만 의뢰인은 상대방과 헤어진 후에도 해당 영상을 가지고 있었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해당 영상이 발견돼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혐의가 추가돼버렸다. 결국 촬영 당시의 카메라의 위치, 각도, 그리고 상대방이 촬영 중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행위 등을 적극 소명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상대방의 동의는 증거로 남기지 않는 한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황증거로 다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전에 문제가 될 만한 촬영은 하지 말자. 아무리 연인이 편해졌어도 상대방이 불쾌할 만한 사진은 촬영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만에 하나 촬영했더라도 헤어질 때에는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삭제하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길 바란다. 위에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헤어짐이 깔끔하지 못했던 경우다(BY 남현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