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혼인을 할 때는 신랑이 신부의 가족에게 지참금과 예물을 주는 반면, 신부는 신랑에게 따로 혼수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베트남 여성은 한국 남성이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관례에 따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에도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가부장적인 한국 가정의 모습과 매우 거리가 멀다.
이런 와중에 국제결혼을 한 한국 남성은 상대방을 소유물로서 여기고, ‘이주여성은 온순하다’는 프레임을 씌운 채, 혼인 생활을 시작한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국제결혼은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이혼율 대비 다문화가족의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이르며, 결혼 생활 지속 기간은 평균 5.4년에 불과하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 협의 이혼이 아닌, 재판 상 이혼 절차를 따라 이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판 상 이혼의 비율이 높은 점, 원고든 피고든 이주여성 본인이 당사자인 점, 공시송달로 인한 이주여성의 패소판결 비율이 높은 점은 모두 이주여성이 이혼 절차에 있어 본인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주여성들의 재판 상 이혼사유는 폭력 등 상대 배우자의 부당한 행위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출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대 배우자가 이혼 재판을 청구하고,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공시송달로 소송이 진행되면, 이주여성 본인에게 혼인 파탄 귀책사유가 인정돼 패소 판결을 받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성들이야말로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추후 보완항소를 통해 소송의 결과를 바로잡고, 사건 본인들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을 확보하는 한편, 결혼이민비자를 얻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관계의 시작이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그 끝이 불행해도 되는 것은 아니며, 갈라서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의 안녕과 이주여성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 변호사로서 힘을 보탤 기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