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요리를 잘하려면, 글을 잘 쓰려면
▲법무법인YK 배연관 변호사
저는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정석적인 요리법에 따라, 연어를 반토막 내어 소금을 뿌린 다음 불린 다시마로 말아 미림에 적셔 보관한 다음 사케동을 만들기도 하고, 새우와 한치를 삶은 다음 오징어 먹물 소스를 끼얹어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며, 죽순을 소금물과 우유에 삶아 풋내를 잡은 다음 불린 해삼과 은행알 소고기 등과 함께 파기름에 볶은 후 굴소스와 호유를 넣어 팔보채를 만들 때는 정말로 신이 납니다. 이런 요리들은 제가 요리법도 잘 알고 있을 뿐더러, 혹시나 요리법이 기억나지 않아도 유튜브나 요리책을 보면 금방 기억이 나기도 하기에, 요리를 위한 재료를 구매하거나 장만하는 것도 쉽기에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때 가장 가슴이 뜁니다. 오향소스를 넣은 족발이나,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후무스처럼 먹어보기만 하고 하는 방법을 모르는 요리의 요리법을 추측해서 만들어 맛을 볼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 혹은 러시아식 편육(홀로데츠)이나 남미의 세비체와 같이 이름만 알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요리의 맛을 상상하며 재료를 구해 도전할 때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창작의 세계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때로는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 있는 재료를 조합해서 듣도 보도 못한 이름 모를 창의적인 요리를 만든 다음 저 나름의 이름을 붙일 때도 많습니다.
창의적이고 맛있는 새로운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양수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듣고(다문 多聞), 많이 지어보고(다작 多作),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다상량 多商量)’고 하였던 것이 요리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합니다. 글을 쓸 때 단순히 다작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처럼 요리의 세계에서도 많이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르던 재료나 새로운 요리법에 호기심을 가지고 많이 접해보아야 하고, 많이 먹어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요리를 해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 많은 음식들은 새로운 재료를, 기존과 다른 조리법을 이용해 만들어낸 것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익숙한 자장면은 중국식 자장면과는 너무나 다른 음식이 되었고, 배추김치 역시 고춧가루가 들어가게 된 것은 아무리 이르더라도 조선 후기에 고추가 전래되면서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자장 소스를 걸쭉하게 끓인다거나, 무 대신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붉은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의아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법률 서면을 쓸 때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구양수가 이야기 한 다문, 다작, 다상량을 꺼내 들지 않더라도, 다른 분들과 많은 토론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법의 영역과 관계없어 보이는 다른 영역에 대한 공부나 독서를 하는 것이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저 외에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실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전적인 주장을 하고, 창의적인 글을 쓸 때는 새로운 영역, 모르는 영역에 과감히 뛰어들어 이를 공부한 다음 글 속에 녹여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은 분들이 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철학과 문학의 영역을 통해 법의 해석론을 도출해 내거나, 심리학의 영역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고, 의학의 영역에서 장애를 판정하는 것과 같이, 앞으로도 수험서 밖의 영역을 법의 영역으로 포섭하는 일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요리사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것과 같이, 법률가에게도 수험서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착안을 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든 올 수 있습니다. 새롭고 과감한 시도 끝에 탄생한 민트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이나 파인애플 피자(하와이안 피자)는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는 비난을 받고 불쾌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적지 않은 분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아 메이저한 음식의 반열에 오르게 됨으로써 우리의 메뉴판을 풍요롭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수험서에만 갇히지 않는 다양한 독서에서 비롯된 창의적인 논리 전개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법의 지평도 법률가의 업무 영역도 점차 넓어질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재료를 주문해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시도하고, 퇴근길에는 모르는 책을 한 권 사서 저녁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오늘의 새로운 시도가 저의 식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 제가 쓸 의견서를 더욱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리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출처 : http://www.lawschoo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