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수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는 도심과 떨어져 외진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군대는 군의 전투력을 유지, 향상하기 위해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가 잡혀 있으며 기밀 유지를 위해 폐쇄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부대 내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이를 알리거나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군의 특성을 악용해 사적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군인강제추행이 있다.
군인강제추행은 군인 등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가 같은 군인 등을 상대로 저지르는 성범죄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하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해치는 동시에 군의 기강을 저해하여 군의 전투력마저 손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반적인 강제추행에 적용되는 형법 조항이 아니라 군형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다. 군형법 제92조의3에 따르면 군인강제추행을 저지른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군인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이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장교나 준사관, 부사관, 병 등 군인이거나 군무원이거나 군적을 가진 군 학교의 학생, 생도와 사관후보생, 부사관후보생, 병역법 제57조에 따라 군적을 가지는 재영 중인 학생 등이어야 한다. 소집되어 복무 중인 예비역이나 보충역, 전시근로역인 군인 또한 군인강제추행 규정이 적용된다.
폭행이나 협박은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어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실무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의 수위가 높지 않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형태의 유형력만 행사되어도 폭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폭행이 반드시 추행에 앞서 발생할 필요도 없다. 추행 자체를 폭행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강제추행이 인정된다.
추행으로 인정하는 행위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흔히 성기나 가슴, 엉덩이처럼 성적으로 예민한 부위를 은밀히 만질 때에만 추행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떠한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추행으로 인정된다.
군인강제추행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상급자가 아무리 친밀감을 표현하려는 의도나 장난으로 그러한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하급자가 느낀 기분이나 접촉한 신체 부위, 접촉한 방법, 범행이 일어난 상황 등을 토대로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강제추행의 범위가 널리 인정된다. 등을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주무르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군인강제추행으로 인정되어 처벌에 이를 수 있다.
군판사 출신의 법무법인YK 김현수 변호사는 “군인강제추행은 이성 간에 발생하든 동성 간에 발생하든 상관 없이 모두 인정된다. 일단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처벌과 더불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처분이 가해질 수 있으며, 강도 높은 중징계 처분도 받게 되어 군인의 신분이 박탈될 수도 있다. 군인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오늘 날, 이러한 혐의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