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에서 포렌식?"...변호사 포화 시장에 '전문 로펌' 강세
전문성을 무기로 특화된 전략을 꾀하는 '부티크 로펌(Boutique lawfirm·전문 로펌)'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로펌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고 합리적 수임료를 통해 나날이 다변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부티크 로펌이 변호사 3만명을 넘어서며 포화 상태에 빠진 법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부티크 로펌은 전문영역에 대한 수요 증가로 늘어나는 추세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로만 법조인을 양성하게 된 지 4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변호사가 매년 배출되는 점도 부티크 시장 활성화에 한몫했다.
주요 부티크 로펌은 이미 시장에서 대형 로펌에 견줄 만한 위치까지 올랐다. 피터앤김이 대표적이다. 피터앤김은 국제 중재와 국제 분쟁을 다루는 부티크 로펌이다. 김갑유 대표 변호사는 "규모는 부티크 로펌이지만, 국제 중재를 다루는 변호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갖는 위치는 대형 로펌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피터앤김은 총 40명이 있는 로펌으로 개개인의 변호사들은 세계 8개 대륙법과 영미법에 정통하다. 올해 초에는 김 대표 변호사와 법무법인 태평양 시절부터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 분야에서 함께 수행해 온 방준필 외국변호사가 합류했다. 피터앤김은 "지난해 개소한 싱가포르 사무소를 시작으로 한국 변호사의 해외진출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재권, 불법행위 대리, 식품가맹...엔터테인먼트까지
한 분야에 특화된 부티크 로펌은 전문성을 확장해 법률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법무법인 세움은 특허 및 지식재산권(IP)에 특화된 부티크 로펌이다. IT 기업에 대한 자문·소송 서비스로는 인지도가 확고하다. 지난 4월에는 특허법인 세움을 설립해 법률·특허·세무 서비스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증권·금융 분야에 특화된 '원고 로펌'이다. 원고로펌은 주로 불법행위의 피해자를 대리해 법적 구제를 하는 곳이다. △주가조작·분식회계 △담합 △부당내부거래 등 독과점행위 △펀드 불완전판매 △사기·횡령·재산권 침해 등 피해자 측을 주로 대변해 왔다. 주요 승소 사례로는 '라임·옵티머스 투자 손실금 전액 반환 청구 사건'이 있다.
식품 가맹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특화된 로펌도 있다. 식품위생법과 재건축·재개발에 정평이 나 있는 법무법인 남산 출신의 이진욱 변호사(연수원 36기)는 오는 2월 '법무법인 팔마'를 선보인다. 팔마는 식품 가맹과 재건축·재개발 분야에 특화된 부티크 로펌이다.
스타 프로듀서(PD)로 일하다가 법조인으로 전향한 이용해 변호사(변시 4회)도 yh&co라는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부티크 로펌을 이끌고 있다. 이 변호사는 "미디어 콘텐츠 계약만 해도 금액이 커졌고, 계약 당사자가 전문성이 강화돼 로펌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당 산업 전문가여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법률 자문을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부티크 로펌 인기에...종합 로펌에서도 전문성 개발 주력
부티크 로펌으로 시작했지만 종합로펌으로 규모를 성장시킨 곳도 있다. 법무법인 YK가 대표적이다. YK는 형사 전문 부티크 로펌에서 시작한 종합로펌답게 '디스커버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 중인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를 본떠 재판이 개시되기 전 의뢰인의 증거 확보를 돕기 위해 고안됐다.
디스커버리센터 내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는 의뢰인 상담을 진행하고 여러 디지털 기기에 저장돼 있는 전자정보를 수집 및 분석해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제공한다. 녹취록 제작을 대신하기도 하고 현장 출장 서비스를 통해 폐쇄(CC)TV 영상이나 증인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부티크 로펌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부티크 로펌이 합병 등으로 전문적인 대형 로펌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부티크 로펌 시장이 치열해지는 건) 법률 시장에서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용어설명
부티크 로펌= '부티크(boutique)'라는 용어는 '가게, 상점'을 뜻하는 프랑스어나, 법률 영역에선 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소 규모의 법률사무소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반 유럽과 미국에서는 많은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을 떠나 '부티크 로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