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소송, 이혼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어… 핵심은 ‘증거 수집’
간통죄의 폐지 이후 외도 행위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외도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뿐, 여전히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여러 가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상간녀소송이다. 혼인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법률혼을 파탄에 이르게 만든 제3자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혼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혼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남편에게 외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간녀소송은 부부의 이혼 여부와 상관 없이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의 크기에 따라 위자료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혼을 하면서 상간녀소송을 진행하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액수를 떠나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간녀소송이 매우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상간녀소송에서 말하는 ‘부정행위’는 간통죄에서의 간통보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직접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혼자로서 정조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가 전부 부정행위로 인정된다. 밤 늦은 시간에 서로에 대한 애정을 담은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부적절한 스킨십을 나누거나 여행을 가거나 숙박업소에 출입했다면 외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함께 식사를 하고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도 부정행위가 인정되기도 한다.
단, 손해배상소송의 특성상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은 원고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증거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용할 수 있는 증거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진이나 대화 내역, 통화 내역, 블랙박스 영상 등 어떠한 것이라도 활용할 수 있으나 이러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부정행위의 당사자를 사적으로 응징하는 행위도 불법이 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이상준변호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불륜 사실을 직장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퍼트리거나 남편이나 상간녀를 구타하는 등의 장면이 매우 통쾌하게 그려지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행동을 할 경우, 폭행이나 명예훼손 등 범죄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가 뒤바뀌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끝까지 이성적인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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