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기간 발생 채무, 관계 정리 뒤 대출 갈아타... 재산분할, 공동으로 갚아야 하나
▲유재광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 사는 법(法)', 오늘은 사실혼과 재산분할에 대해 얘기 해보겠습니다. 강 변호사님, 오늘은 어떤 판결 가져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최근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면서요.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동거를 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동료 연예인들의 캐리커쳐를 재미있게 잘 그려 인기몰이를 하던 개그맨 하준수씨가 사실혼 관계에서 외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 관계가 종료될 경우에 사실혼 기간 동안에 형성된 재산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 2021. 5. 27.선고 2020므15841 판결)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조금 각색해서 소개를 드리면요. 김모씨와 이모씨가 수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사실혼 관계를 종료하게 됩니다. 김씨에게는 부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사실혼 기간 중에 전주농협에서 위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2억원의 대출채무를 지게 됐습니다.
김씨는 사실혼 관계가 끝난 다음에 남원농협에서 1억 7천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걸 부담하면서 전주농협에 대한 채무 2억원은 변제를 하게 됐는데요. 사실혼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김씨가 부담하게 된 남원농협에 대한 채무 1억 7천만원, 이것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앵커= 사실혼 이라는 게 동거와는 법적으로 좀 구분되는 개념인 거죠.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사실혼이란 혼인신고를 하는 법률혼에 대비되는 개념인데요.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사자 사이에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혼인신고만 안 했지 부부처럼 생활하는 것을 사실혼이라고 하고요. 단순한 동거와는 구별이 되는 개념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실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사실혼의 경우에도 민법 규정 중에서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규정들은 다 적용이 된다고 보고 있는데요. 재산분할이라는 건 결국 부부재산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고 부부공동생활은 공동체라는 실질이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인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법률혼이나 사실혼이나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도 이런 경우에는 유추적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재산 뿐 아니라 채무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모양이네요.
▲강천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채무의 성격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데요.
먼저 이혼의 경우를 보시면 일방이 혼인 기간 중에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 그러니까 가정생활에 관련된 채무 이외에는 원칙적으로는 그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서 청산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 부부의 공동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수반하게 된 채무의 경우에는 청산 대상이 됩니다.
사실혼 관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시면 되는데요. 사실혼 기간 중에서 일방이 형성된 공동의 재산에 수반된느 채무를 부담했다고 하면 이 채무도 나누어 갖는 것이 원칙입니다.
▲앵커= 이번 사안 같은 경우는 전주농협에서 남원농협으로 대출을 갈아탄 것 같은데, 갈아탄 시점이 사실혼 관계가 종료된 이후잖아요. 그럼 이거는 재산분할 대상 채무인 건가요, 어떤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 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이 갈렸는데요. 원심 법원은 남원농협에 대한 채무가 사실혼 관계가 종료된 후에 발생했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말고 기존 전주농협에 대한 채무가 공동 재산 형성에 수반되는 채무였는지를 한 번 따져봐서 거기에 해당된다고 하면 사실혼 종료 후에 발생한 채무라고 하더라도 갈아탄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남원농협에 대한 채무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 사실혼과 재산분할에 대한 오늘 내용 정리해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최근에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사실 황혼이혼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이혼 후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서 새출발을 하고 싶은데 상속이나 법적인 분쟁들이 많이 끼어있어서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앞서 살펴봤듯이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법률혼과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가 끝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서로 간의 협의가 되면 좋겠지만 되지 않는다고 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서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재산분할을 떠나 그게 뭐든 앙금이 남지 않게 처리하는 건 중요한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