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뺑소니 사고에 흔히 적용되곤 한다. 차량 운전자는 사고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파손한 경우,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과 전화번호, 주소 등의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다면 손해배상책임과 더불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상태의 주·정차된 차량만을 손괴하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한다.
업무상과실이나 중과실로 인해 교통사고를 일으켜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면 도주치사상 혐의가 적용되어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도 있다. 이 때에는 도로교통법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현장을 이탈해 누가 사고를 낸 건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면 도주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며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상태라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피해자를 다른 장소에 옮겨 유기한 후 도주했다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사형도 선고할 수 있다.
간혹 사고가 난 후 피해가 경미하다거나 그 밖의 여러 사유로 인해 피해자가 “그냥 가라”는 식으로 말할 때가 있다. 이 때, 피해자의 말을 믿고 자리를 떠났다면 이러한 때에도 교통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피해 정도나 사고 경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판례에서는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를 뺑소니로 보고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물피도주 혐의로 기소된 A씨는 피해 차량의 차주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하며 말을 해 자리를 떠난 것이라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인해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점’과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단편적으로 던지듯이 한 말만 듣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점’을 고려해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법무법인YK 교통형사센터 전형환 형사전문변호사는 “피해자가 큰 상해를 입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냥 가라고 말을 한다 해도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알게 된 보호자가 신고하여 교통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대처해야만 더 크고 중대한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형환 법무법인YK 교통형사센터 형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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