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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높으면 대박, 낮으면 쪽박…‘별’ 하나에 울고 웃는다
[중앙선데이]2021-01-05

 

한국은 ‘평점 사회’ 



평점사회

#  “주인장 마인드가 썩어빠짐. 그런 인성 가진 사람이 만든 음식 맛은 뻔함.” 광주광역시에 사는 이경태(46)씨가 포털 사이트에서 별점 1개와 함께 받은 리뷰 중 일부다. 최근 이씨는 연말 장사를 앞두고 4년 6개월 동안 운영해온 배달 전문 음식점을 접기로 결정했다. 배달 앱과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악의적인 평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다. 이른바 ‘평점 테러와의 전쟁’은 이씨가 배달 앱에 쓴 공지글에서 시작됐다. ‘별은 다섯개만 받겠다’라는 내용이 지난달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졌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일명 ‘사장 버르장머리 고치기’에 나선 것이다. 별점 1개와 악성 리뷰 도배는 물론이고 가게와 개인 전화를 통한 욕설도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이씨의 아내와 아이 얼굴 사진까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온 가족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개업 초기부터 이어진 허위 리뷰를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며 “오죽하면 대놓고 낮은 평점을 받지 않겠다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평점 테러 충격으로 아내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는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의 고충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별점 1개 테러에 자영업 잇단 폐업
대리 기사, 평점 따라 콜 배치 달라
“평점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워”

소비자 길라잡이 순기능 있지만
무료 서비스 강요 등 ‘갑질’ 악용
가짜 리뷰 작성 650만원 부르기도

 


# 서울 마포구에서 3년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광섭(28)씨는 숙박시설 앱과 포털에 달린 별점을 수시로 확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이 힘든 상황에서 업소 이미지에 큰 피해를 주는 혹평 리뷰까지 올라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 역시 온라인 익명 뒤에 숨어 작성된 평점 앞에 속수무책이다. 김씨는 “숙소마다 제공되는 서비스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낮은 가격대의 방을 이용한 후 서비스가 부족하다며 별점 1개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며 “음식점만큼이나 고객 리뷰가 예민한 업종이다 보니 업주 입장에선 억울해도 일단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영화, 도서를 중심으로 이뤄진 평점 리뷰가 각종 서비스업을 평가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평점으로 속앓이하는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리뷰를 이용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비방 목적 등 ‘갑질’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대구의 한 간장게장 식당 업주는 유명 유튜버의 허위 리뷰로 폐업을 결정하며 “유튜버들의 허위사실 유포를 막아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긁어 부스럼 될까 적극 대응 잘 안 해

 

 


배민커넥트


평점은 소비자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순기능에서 출발했다. 업주 입장에서도 고객 리뷰를 잘만 관리하면 추가 마케팅 비용 없이도 영업 매출을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이클 루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팀이 2011년 ‘리뷰, 평점과 수익’ 보고서를 통해 “기업에 대한 평점이 1점 오를 경우 매출액은 5~9%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평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업주가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고객이 지적함으로써 서비스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며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이 작성한 것이다 보니 좋은 리뷰는 웬만한 홍보보다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배달 전문 음식점 업주인 이씨 역시 “매출도 매출이지만 좋은 평가를 보며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며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유지돼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평점이 단순히 평가 기능을 넘어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점을 볼모로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보복성 리뷰를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다수의 서비스 제공자들은 허위 리뷰를 발견해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피한다. 이들 사이에서 ‘코로나19보다 무서운 평점’이란 말이 나온다. 강상용 법무법인YK 변호사는 “평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비난과 테러 행위는 엄연히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이미지 타격과 당장의 생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평점은 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평점이 실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점의 그늘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임금 노동자에게까지 드리우고 있다. 부업으로 2년째 카카오 T 대리(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장모(44)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5점 만점이었던 본인 평점이 4.8로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고객이 남긴 ‘싫어요’ 평점 때문이었다. 업체 콜센터에 누가, 어떤 상황으로 불만이 생겼는지 문의해도 회사는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뚜렷한 답변을 피한다.   

  
장씨는 “카카오 전용 기사들끼리 이야기해보면 평점에 따라 콜 배치가 다르다는 걸 체감한다”며 “별점이 낮아지면 최대 1주일 근무 정지를 당하는 경우까지 있어 평점 관리에 다들 애를 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좋은 리뷰를 대신 달아주는 마케팅 업체도 성행한다. 업체는 리뷰 1건당 혹은 특정 키워드당 가격을 받고 ‘가짜 리뷰’를 작성해준다. 대구에서 네일아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양성준(29)씨는 “업체로부터 300만원만 내면 리뷰로 대신 홍보해주겠다는 제안 등을 적지 않게 받았다”며 “고객들에게 금방 들통날 것 같아 결국 거절했지만, 사업 초반엔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명 리뷰 대행업체에 직접 문의한 결과 “평점뿐만 아니라 블로그 체험단 후기, 소셜미디어(SNS) 해시태그까지 달아주는 조건으로 650만원”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포털 사이트와 주요 플랫폼 앱 운영사들은 허위 리뷰나 악성 평점을 걸러내는 시스템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자체 리뷰 감별 시스템을 통해 악성 평점 노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평점 리뷰는 방송통신법상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작성자 동의 없이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명예훼손 여지가 있거나 어뷰징 목적으로 기재된 평점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사전 블라인드가 가능하지만 이미 노출된 평점에 대한 직접적인 삭제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쌍방 동등한 위치서 평가해야”
  
평점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일방적으로 평점을 매기는 대신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상호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당수의 플랫폼의 경우 고객이 리뷰를 남기면 서비스 제공자가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숙박시설 앱인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상호 평점을 남길 수 있다. 게스트가 호스트만 볼 수 있도록 ‘비밀 리뷰’를 전달할 수도 있게끔 했다. 호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카카오 드라이브 역시 상호 평점을 매길 수는 있으나 텍스트 형식의 리뷰는 남기지 못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발달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고객 리스크가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며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링크https://mnews.joins.com/article/23960392#home